2023년 7월 24일, 코퀴틀람(Coquitlam)에 도착했습니다. 위니펙에서 BC주로 넘어오는 건 단순한 이사가 아니었습니다. 도시도, 직장도, 생활환경도 — 거의 모든 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었습니다.
코퀴틀람 정착 — 렌트비의 현실
첫 번째 충격은 렌트비였습니다. 위니펙에서 마지막으로 살던 2베드룸 아파트가 월 $1,570이었습니다. 코퀴틀람에서 구한 집은 월 $3,000. 거의 두 배입니다. 급여가 오른 만큼 렌트비도 올랐다면 괜찮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렌트비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한 달 생활 자체가 빠듯해졌습니다. 저금은 쌓이지 않고, 부업도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 BC주 정착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지금도 고민입니다.
새 직장, 좋은 PM을 만난 행운
새 직장에서 처음 배정받은 프로젝트는 $100M 규모의 Capital Infrastructure 프로젝트였습니다. 위니펙에서 하던 소규모 QSR TI와는 규모 자체가 달랐습니다.
다행히 정말 좋은 PM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적응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새로운 걸 빨리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야근을 많이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굳이 야근이 필요하진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게 제 방식이었습니다.
위니펙과는 다른 세계 — BC주 건설의 요구사항
프로젝트 자체가 달랐습니다. 위니펙에서 하던 TI는 기존 공간을 꾸미는 작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Structural, Civil — Foundation과 Slab부터 시작해서 3층 건물, 계단, 오피스와 오픈 워크숍이 한 건물에 공존하는 구조였고, TI 4개도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훨씬 복잡했고, 관리해야 할 요소도 많았습니다.
BC주는 요구하는 게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염소 테스트(Chlorine Test). 위니펙이나 캘거리에서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작업이었는데, BC주에서는 당연한 절차였습니다. 제가 다른 주에서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엔지니어에게 제출한 적은 없었습니다. Fireproofing과 Firestopping도 처음 제대로 다뤄보는 영역이었습니다. 배울 게 많았고, 그만큼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족 생활 — 아내의 취업과 아이의 학교
아내는 BC주에서 취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 등하교 시간을 제외한 짧은 시간대에만 일할 수 있는데, 그 시간을 맞춰주는 직장이 거의 없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아이 학교는 선생님을 잘 만나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코퀴틀람은 위니펙과 달리 스쿨버스가 없습니다. 부모가 직접 등하교를 시켜줘야 합니다. 이것도 아내가 일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Senior PC, 그리고 Assistant PM으로
2025년 가을, 회사에서 먼저 Senior PC 타이틀을 챙겨줬습니다. 요청한 게 아니라 회사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 더 의미 있었습니다.
그리고 Assistant PM 포지션에 지원해서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현재는 $150M 규모의 Residential 프로젝트를 맡고 있습니다. Modified Design-Build 방식이라 일반 프로젝트보다 복잡합니다.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조율해야 할 변수가 많아, 쉽지 않은 프로젝트입니다.
끝없는 고민 — BC주에 제대로 정착한 건가?
영주권을 받으면 불안이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고, 형태만 바뀌었습니다.
렌트비가 급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BC주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다른 주로 가면 비용은 줄겠지만, 또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고, 커리어도 다시 쌓아야 합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교육 문제도 더 신경써야 할 게 많아집니다. 결정을 미루는 게 아니라, 답이 명확하지 않아서 계속 고민 중입니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합니다. 어차피 캐나다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면, 고소득 직업군을 먼저 알아보고 그쪽으로 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건설업이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그래도 — 만족스러운 것
불만과 고민을 늘어놓았지만, 분명한 것도 있습니다.
아이가 캐나다를 좋아합니다. 이민자 아이로서 적응을 잘 하고 있고, 여기가 자기 집이라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게 정리됩니다. 힘들지만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 결국 그게 이 모든 선택의 이유였으니까요.
이민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닙니다. 영주권을 받고, 커리어를 쌓고, 가족이 정착해도 — 고민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그 고민이 있다는 건, 아직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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