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렌트 이사를 할 때, 디파짓(보증금)을 제대로 못 돌려받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습니다. 청소비를 청구당했다, 벽 흠집 때문에 수리비를 뗐다 같은 경험담이 많습니다.
그런데 BC주 Residential Tenancy Act(RTA)를 알고 있으면 부당한 공제는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 쪽에 생각보다 강한 장치가 여러 개 있습니다.
⚠️ 2026년 8월 기준입니다. 저는 변호사가 아니며, 실제 분쟁 시에는 RTB나 TRAC 같은 전문 기관의 조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1. 디파짓은 얼마까지, 그리고 두 종류가 있습니다

- Security Deposit(보증금): 월세의 50% 이하 (RTA Section 19)
- Pet Damage Deposit(반려동물 보증금): 별도로 월세의 50% 이하
월세가 $2,000이면 보증금은 최대 $1,000, 반려동물이 있으면 추가로 최대 $1,000까지입니다. 두 개를 합쳐도 월세 1개월분을 넘을 수 없습니다. 이보다 많이 요구받았다면 그 자체가 법 위반입니다.
2. 2026년 디파짓 이자율은 0%입니다
집주인은 보관 기간에 대한 이자를 함께 돌려줘야 합니다. 다만 2026년 이자율은 0% 입니다.
계산 방식이 특이합니다. 이자율 = 1월 1일자 프라임 레이트 − 4.5% 입니다. 2026년 1월 1일 프라임이 4.45% 였으므로 4.45 − 4.5 = 음수, 따라서 0%로 처리됩니다.
즉 올해 반환분에 대해서는 이자를 기대하지 마세요. 다만 여러 해에 걸쳐 거주했다면 과거 연도에는 이자가 붙은 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RTB 웹사이트에 공식 이자 계산기가 있으니 거주 기간을 넣어 확인해보세요.
3. 핵심 — 15일 규칙과 2배 배상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15일 기산점은 다음 중 더 나중 시점입니다.
- 임차 종료일
- 세입자의 서면 포워딩 주소를 받은 날
집주인은 이 15일 안에 반드시 셋 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
- 디파짓 전액(+이자) 반환
- 공제에 대한 세입자의 서면 동의를 받고 나머지 반환
- RTB에 분쟁 조정 신청
셋 다 안 하면 세입자는 디파짓의 2배를 청구할 권리가 생깁니다 (RTA Section 38). 이건 심판관 재량이 아니라 규정이고, 실제로 2배 반환 명령이 자주 나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두 가지
첫째, 포워딩 주소는 반드시 서면이어야 합니다. 문자나 구두로 알려준 것으로는 15일 시계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법에서 인정하는 송달 방법으로 전달하고 보낸 날짜와 방법을 기록해두세요. 이메일로 보냈다면 그 메일을 보관하세요.
둘째, 서면 동의는 “동의한 항목”에만 유효합니다. 퇴거 점검표에 서명했다고 해서 모든 공제에 동의한 게 되지는 않습니다. 공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점검표에 서명하지 마시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적고 서명하세요.
4. 조건 점검을 안 하면 집주인은 청구권을 잃습니다
세입자에게 가장 강력한 장치인데 의외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BC주는 Condition Inspection Report(조건 점검 보고서) 를 입주 시와 퇴거 시 두 번 작성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점검 기회를 제공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사본을 세입자에게 줘야 합니다.
집주인이 이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디파짓에 대해 청구할 권리 자체가 소멸(extinguish)됩니다.
즉 실제 손상이 있었더라도 절차를 어겼다면 디파짓에서 공제할 수 없습니다. 입주할 때 점검표를 안 썼거나 사본을 못 받았다면 그 사실 자체가 강력한 방어 근거입니다.
세입자도 마찬가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점검에 불참하면 불리해질 수 있으니, 점검에는 반드시 참석하세요.
5. 청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집주인은 세입자 과실로 인한 손상만 청구할 수 있고, 정상 마모(normal wear and tear) 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 청구 불가 (정상 마모) | 청구 가능 (손상) |
|---|---|
| 시간에 따른 색 바램·변색 | 주먹 크기 이상의 구멍 |
| 가구 자국, 미세한 긁힘 | 벽 낙서, 무단 색상 변경 |
| 그림 걸기 수준의 못 구멍 | 다량의 앵커 구멍 |
| 카펫의 자연스러운 눌림 | 반려동물 오염·긁힘 |
| 도장면의 노후 | 흡연으로 인한 니코틴 변색 |
그리고 손상이 인정되더라도 전액이 아닙니다. 남은 수명만큼만 청구됩니다. 실내 페인트 수명은 6년, 카펫은 12년입니다. 3년 된 페인트라면 절반만 청구 가능합니다. 이 감가 계산은 페인트 손상 전용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6. 이사 통보(Notice)는 언제까지
디파짓 이전에 통보 자체를 잘못하면 월세를 더 물게 됩니다.
Month-to-Month(월 단위 계약)
- 최소 1개월 전, 서면으로
- 임대료 납부일 하루 전날까지 도달해야 다음 달 말일에 종료됩니다
- 예: 8월 31일 종료를 원하면 7월 31일 이전에 통보
Fixed Term(고정 기간 계약)
- 계약 만료일에 종료하려면 역시 1개월 전 서면 통보
- 중도 해지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며, 위약 조건은 계약서에 따릅니다
구두 통보는 효력이 없습니다. 서면으로, 날짜를 남기고, 보낸 기록을 보관하세요.
7. 입주할 때 해야 할 일 — 여기서 승부가 갈립니다
디파짓 분쟁의 결과는 사실 퇴거 때가 아니라 입주 때 결정됩니다.
- 조건 점검표(Condition Inspection Report)를 반드시 작성하고 사본을 받으세요
- 흠집·얼룩·고장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으세요. “사소하니까”가 나중에 청구됩니다
- 입주 당일 사진·영상을 방마다 촬영하세요. 날짜가 기록되게
- 마지막 도색 시기를 물어보고 기록하세요. 감가 계산의 근거가 됩니다
- 기존 손상은 점검표에 적힌 것과 사진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세요
8. 퇴거 전 청소 체크리스트
“reasonably clean”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새것처럼 만들 의무는 없습니다.
- 바닥 청소기 및 물걸레
- 주방: 오븐 내부, 렌지후드 필터, 냉장고 내부·뒷면
- 욕실: 곰팡이, 배수구, 변기·세면대
- 벽: 손때 제거 (매직 스펀지가 효과적)
- 못 구멍 메우기 + 같은 Finish로 터치업
- 창문·블라인드 먼지
- 조명 전구 교체, 연기감지기 배터리
- 개인 물품 및 쓰레기 전량 반출
9. 디파짓을 못 받았다면
- 서면으로 반환을 요구하고 15일 기산점을 명시하세요
- 항목별 공제 내역과 견적서·영수증을 요구하세요
- 정상 마모 항목과 감가 미적용 여부를 확인하세요
- 조건 점검 절차가 지켜졌는지 확인하세요 (안 지켜졌으면 청구권 소멸 주장 가능)
- 합의가 안 되면 RTB에 분쟁 조정 신청
- 15일을 넘겼다면 2배 반환을 함께 청구하세요
신청에는 기한이 있으니 미루지 마세요. 증거는 사진, 점검표, 서면 통신 기록이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지막 달 월세를 디파짓으로 대신해도 되나요? 안 됩니다. 디파짓은 월세가 아닙니다. 임의로 차감하면 임대료 미납이 되어 퇴거 통보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Q. 청소업체를 꼭 불러야 하나요? 계약서에 전문 청소 조항이 있어도, RTB는 세입자에게 요구되는 수준을 “reasonably clean” 으로 봅니다. 직접 깨끗이 했다면 업체를 부를 의무는 없습니다.
Q. 퇴거 점검표에 서명하면 불리한가요? 서명 자체가 모든 공제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동의하지 않는 항목이 있으면 그 사실을 적고 서명하세요. 아무 표시 없이 서명하면 나중에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Q. 반려동물 보증금은 따로 돌려받나요? 네, 같은 15일 규칙이 적용됩니다. 반려동물로 인한 손상이 없다면 전액 반환 대상입니다.
Q. 집주인이 연락을 안 받습니다. 서면 포워딩 주소를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보낸 시점부터 15일이 시작됩니다. 연락 두절이어도 시계는 갑니다. RTB 신청 시 발송 증빙이 중요합니다.
Q. 룸메이트와 공동 명의인데 저만 나갑니다. 계약 형태에 따라 다릅니다. 전체 계약이 유지되면 디파짓은 종료 시점에 정산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남은 세입자와 정산 방식을 미리 서면으로 정해두세요.
정리 — 디파짓 100% 돌려받는 3가지 핵심
첫째, 입주 때 기록을 남기세요. 조건 점검표 사본, 방마다 찍은 사진, 마지막 도색 시기. 퇴거 때 다투는 것보다 입주 때 10분 쓰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둘째, 포워딩 주소를 서면으로 전달하고 날짜를 기록하세요. 이게 15일 시계를 시작시키는 유일한 방법이고, 2배 배상 청구의 출발점입니다.
셋째, 정상 마모와 감가를 알고 계세요. 손상이 있어도 전액이 아니고, 수명이 지난 항목은 원칙적으로 청구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집주인이 조건 점검 절차를 어겼다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됩니다. 입주할 때 점검표를 못 받았다면, 그 사실을 기억해두세요.
📌 참고: BC Residential Tenancy Act s.19(보증금 한도) · s.23·35(조건 점검) · s.38(15일 및 2배 규정), RTB Policy Guideline 40(수명 표)

